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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의도 구현(feat. 디자인감리, 사후설계관리업무) : 제대로 이해해보자

by ARCHITECT J’s NOTES 2025. 4. 10.

 

건축사의 시공단계 참여 업무를 지칭하는 여러 용어—디자인감리, 사후설계관리, 설계의도 구현—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디자인감리는 현재 非법적 용어로 일반 공사감리와 구분하여 불리는 명칭이고,

 

사후설계관리업무는 건축법 및 건축사법 관계법령에서 이미 존재하던 건축사의 업무 분류중 하나이며,

 

마지막으로 ‘설계의도 구현’은 2013년 제정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의 건축물의 품격제고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입니다. 따라이 포스팅에서는 법적용어이면서도 해당 업무의 목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설계의도 구현’으로 용어를 통일하여 설명하겠습니다.

 

1. 용어 정리

용어 의미 비고
디자인 감리 일반 공사감리와 구분하기 위하여 널리 사용되는 非법적 용어  
사후설계관리업무 건축설계가 완료된 후 공사시공 과정에서 건축사의 설계의도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설계도서의 해석, 자문, 현장여건 변화 및 업체선정에 따른 자재와 장비의 치수ㆍ위치ㆍ재질ㆍ질감ㆍ색상ㆍ규격 등의 선정 및 변경에 대한 검토ㆍ보완 등을 위하여 수행하는 설계업무  
설계의도 구현 설계자가 건축물의 건축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공공기관, 시공자, 감리자 등에게 설계의 취지 및 건축물의 시공, 유지·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제안하는 행위  공공사업의 경우, 건축서비스법에 근거하여 '설계자의 설계의도가 구현되도록 설계자를 건축과정에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의 경우, 건축법 제25조제12항에 근거하여 '허가권자가 공사감리자를 지정하는 건축물의 건축주는 설계자의 설계의도가 구현되도록 해당 건축물의 설계자를 건축과정에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2. 왜 ‘설계의도 구현’이 필요할까?

“실시설계를 디테일하게 작성해서 납품했으니, 감리는 필요 없지 않을까?” 건축주 입장에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설계도면에는 표현되지 못한 ‘공간의 질감’, ‘빛과 그림자의 연출’, ‘마감재별 미세한 접합 디테일’ 등이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예상했던 완성도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설계의도 구현은 단순히 도면 대로 짓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가 품었던 개념과 디테일을 실제 건축물에 온전히 반영하기 위한 필수 절차입니다. 이를 통해 건축주는 더 높은 품질의 건축물을 확보하고, 시공사는 명확한 기준 아래 안정적으로 공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3. 설계의도 구현의 주요 업무(공공건축 설계의도 구현 업무수행지침 제2장)

  • 설계도서의 해석 및 자문
    • 설계도서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
    • 별도 용역에 대한 협조
    • 설계의도와 기술적 사항에 대한 설명
    • 상세시공도면에 대한 검토
    • 설계도서 변경에 대한 검토
  • 자재와 장비의 선정 및 변경에 대한 검토
    • 자재와 장비의 치수·위치·재질·질감·색상 등의 선정 및 변경에 대한 디자인 관련 검토
      • 모델하우스(인터넷을 활용한 것을 포함한다)를 설치하는 경우에 모델하우스 설치 전·후
      • 외벽 및 실내 마감재료의 선정 및 변경 전·후
      • 건축물의 사용승인 전 
      • 그 밖에 공공기관과 설계자가 협의하여 계약으로 정한 공정

 

4. 이해를 돕기 위한 에피소드

예컨대, 어느 신혼부부를 위한 단독주택 프로젝트를 상상해보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설계자가 목조 벽체와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를 결합한 외관을 계획했습니다. 도면에는 루버 간격, 재질, 설치 각도 등이 명시되었지만, 루버의 마감 색상이나 목재 결 방향과 같은 세밀한 디테일까지는 모두 표기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이 사례에서 사후설계관리 업무를 수행한 설계자가 있었다면, 착공 전 현장에서 루버 샘플을 직접 확인하고 최적의 간격과 은은한 회색 톤으로 조정하여 설치를 지시했을 것입니다. 내부 벽체 마감 단계에서는 시공팀과 함께 목재 패널의 무늬 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판넬 배치 순서를 세심하게 조율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일반 감리였다면 허가 도면상의 치수와 재질만 확인했을 뿐, 루버의 미세한 색상 차이나 목재 결 방향 같은 부분은 점검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설계자가 의도한 깔끔하고 따뜻한 외관과 실내 분위기를 보다 완성도 있게 구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창호 설치 전 현장 확인이 이루어졌더라면, 설계자가 현장상황에 따라 외부 조망 및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창틀 높이를 15cm 더 높여주세요”라고 조언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가상의 B씨 가족은 주간에도 조망과 자연광을 충분히 누리며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5. 결론 및 건축주를 위한 제언

설계의도 구현은 단순한 ‘감리’가 아닌, 건축물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절차입니다. 건축주는 설계·시공 양측의 협업을 통해 얻는 품질 보증으로, 오히려 초기 투자 대비 더 큰 만족과 가치를 누리게 됩니다. 시공사는 명확한 지침 아래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공사를 관리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품질 좋은 건축물을 짓고 싶으시다면, 공사 단계에서 설계의도 구현 업무를 반드시 포함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설계도면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완공된 순간까지 설계자의 시선과 책임이 유지될 때 비로소 ‘좋은 건축’이 완성됩니다.